어느날 일 하는데 어떤 환자분이 내게 질문을 하셨다.
"저 이런 질문 해도 될까요?" 나는 흔쾌히 당연히 된다고 말씀 드렸는데, 의외의 질문이었다.
"딸이 신규간호사로 들어갔는데 많이 힘들어해요. 그만두고 싶다고... 그래도 되는 걸까요?"
내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을 했는지 말 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포스팅 하면 누군가 용기를 얻지 않을까 하고 적어본다.
나는 서울에서 KTX를 타도 약 4시간은 가야하는 지방 출신이다.
대학도 지방에서 나왔고 서울은 쌍커풀 수술 할때 빼고는 가본적 없었다. (실밥도 집 근처 외과에서 제거함)
지하철도 탈 줄 몰랐고 서울 사람들은 다 부자에 뭔가 내 코를 베어 갈 것같은 (?) 그런 느낌이 었다.
그래서 나는 간호학과 4학년에 "나는 소박하게 살거야!"를 외치며 내가 나온 지방의 어느 대학병원에 원서를 넣었다.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이제 그이를 '놈팽이'라고 하겠다.
놈팽이는 당시 미국에서 1년 일을 하고 서울의 큰 대학의 대학원에 합격한 상태였다.
놈팽이는 작은 지방 대학병원에 원서를 넣은 나를 왠지 무시하는 느낌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거기에 제대로 긁혔고, 이미 빅5의 원서를 모두 마감 된 상황에서 무조건 '서울' 에 꽂혀 대학병원을 알아보았다.
운이 좋게도 나는 실습 한적이 있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합격 하게 되었다.
신규간호사로 처음 간 그 병동은 정말이지 최악 중의 최악이였다.
일단, 그 병원은 펑서녈이었다. 펑셔널은 팀과 다르게 차지와 액팅이 한 팀을 이루어서 일한다.
엿같은 차지쌤이 걸리는 날에 그 날 하루가 아주 지옥으로 변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그곳은 정형외과 병동이었는데, 정말 구린것은 레지던트가 "드레싱요" 한마디하면 신규는 하던일을 싹다 팽개치고
드레싱 카드를 끌고 레지던트를 따라다니며 드레싱 세트 까주고 포비돈 넣어주고 메디폼 까주고를 해야했다.
그러고 오면 당연히 일이 산더미 처럼 밀려있는데 "넌 드레싱 어시 하려고 출근했니?" 라는 말을 들어야했다.
그리고 액팅 신규간호사가 전 병동의 다른 팀 BST. 인슐린 투약, 등마사지 등을 모두 해야했다.
또 인계전에 신규간호사가 다른 팀 수액 믹스도 다 해야했음 정말 지금 생각하면 기가 막힘
더 싫었던건 그때의 썩어 빠진 조직문화였다. 지금도 간호계의 태움이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그때의 저급함은 정말..
일단 내가 일했던 곳이 9층인데, 선배들이 일을 하고 있으면 신규가 엘베를 잡고 11층에서 내려옵니다!!
10층 에서 내려옵니다!! 이러고 있어야 했다... ^^ 그러다가 어떤 선배가 못오면 다시 잡고 했던 일 반복
또 나는 거기에서 3개월을 일하며 한번도 박카스나 음료수를 먹어 본 기억이 없다.
일단 막내라인과 차지라인의 탈의실이 분리되어있었고 냉장고는 차지라인의 탈의실 안에 있었다.
하지만 신규간호사는 나이트 출근해서 냉장고도 닦고 음료수도 정리하고 또 세면대 청소 병동의 온갖 청소를 다 해야했다.
그리고 인계를 차지들 끼리 차트를 보며 주고 받고 액팅은 그 너머로 인계를 들어야 했는데,
신규였던 내가 인계를 온전히 알아들을리 없었다. 어쩌다가 어떤 환자 SPO2 재는걸 놓쳤는데 못들었냐고 해서
못들었다고 했더니 갑자기 아이폰 녹음기를 키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너네 증거 좋아하지!! 이제 너네 혼낼때 녹음을 하면서 혼내야겠어 !!!!" 하면서 자기가 급발진 하는걸 녹음 했다;;;;
또 휴일에도 마음편하게 절대 쉬지 못했다. 절대 실수는 덮어주지 않았고,
단톡에 며칠에 어느팀 봤던 액팅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해서 전화하면 폭언이 이어졌다.
꼴랑 3개월 근무했는데 이 병원의 이 병동의 구린점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난 2박 3일도 떠들 수 있다.
아 그리고 당시 파트장이었던 분이 새로 부임 하셨는데 삼교대 하면서 한달 오프 7개 였다. ^^
당시 체중이 47kg 에서 38kg 까지 빠졌다.
퇴근을 하면 하루 종일 두들겨 맞은것 처럼 몸이 아팠다.
9층 병동 이었는데, 화장실에 나 있는 창문을 보며 차라리 저리로 뛰어 내리면 편하겠다 라고 생각했다.
4년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내가 서울에 오고 싶어서 어떻게 용기를 냈고 노력했는데..
세상이 날 억까하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 하려고 해도 나의 경험과 지식으로는 절대 저들을 만족시킬수 없었다.
부모님은 내 퇴사를 반대 했다. 직장인은 원래 다 힘들다고 하셨다.
나는 응급사직을 했다. 응급사직 후 나를 집중적으로 괴롭혔던 간호사에게 장문의 카톡이 왔다.
아주 길지만 요약하면 한 줄 "내가 심하게 했지만 너도 잘 한거 없잖아" 그 카톡을 읽씹했다.
이게 천추의 한이다 그 카톡에 아주 심한 욕설을 할걸....
그러고 나는 원래 이 병원 대신 들어가고 싶었던 다른 서울의 병원에 들어가서 내년이면 9년차가 된다.
그래서 내가 환자분께 했던 답은
"정말 아니다 싶으면 빨리 나오는것도 답이예요. 저도 3개월만에 사직하고 지금 8년째 잘 다니고 있어요." 였다.
응급 사직 생각하는 신규 간호사 분들!
그 병원에서 응사한다고 해서 간호사 다시는 못하고 다른 병원이랑 안맞고 그런건 절대 아니예요.
저 3개월 만에 이직했는데, 나름 일 잘한다 소리도 많이 들었고, 프리셉터도 하고, 신규간호사 멘토도 하며 잘만다녀요.
자기랑 맞는 병원이 있는듯해요 하루 하루를 갉아 먹지 마세요.
신규 태우는 올드분들 !
신규간호사 태우지 마세요 어차피 님들한테 다 돌아갑니다. 진짜 다 돌아갑니다.
안그럴거 같지요? 아뇨 이거 자연의 법칙이랍니다.
사직 생각하는 신규간호사의 부모님들!
자식을 믿어주세요. 간호사는 길이 참 많답니다.